본문: 야고보서(Jakobus) 3:1-12/요한복음(Johannes) 13:1-17
1. 오늘 우리가 함께 읽은 본문의 주제를 이야기하라고 한다면 그것은 “사랑”입니다. 본문 1절은 예수님께서 “세상에 있는 자기 사람들을 사랑하시되 끝가지 사랑”하셨다고 말합니다. 십자가 위에서 죽을 날이 가까운 시간, 자신 앞으로 다가온 죽음의 그림자 앞에서 주님은 자기의 제자들을 사랑했습니다. 그것도 끝까지. 영어 성경을 보니까 예수님께서 끝까지 사랑한 것이 제자들을 향한 그의 사랑의 극진함을 보여주신 것이라고 번역하고 있습니다. 이 사랑의 구체적인 표현이 제자들의 발을 씻어 주신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직접 허리에 수건을 두르고 제자들의 발을 씻어 주신다는 것은 파격적인 행동이었습니다. 예수님 당시 로마와 그리스와 유대 사회에서 선생이 제자의 발을 씻는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유대인들은 남의 발을 씻는 행위가 너무도 천해서 유대인 출신의 종에게 그 일을 맡기지 않고 이방인 종들에게나 그 일을 시켰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천하게 여져던 일을 예수님이 직접 하겠다고 나섰으니 베드로가 예수님에게 격렬하게 항의하는 것은 결코 이상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2.예수님과 베드로 사이에 오간 대화의 내용은 예수님을 통해 우리가 은혜로 받은 구원에 대해 교훈을 주고 있습니다. 특히 주님께서 목욕한 자는 발만 씻으면 된다고 말씀하신 것을 성경학자들은 그리스도인의 구원에 대한 가르침이라고 말합니다. 이미 목욕을 했다는 것은 예수님을 믿고 성령의 세례를 받아서 거듭남을 경험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예수님을 믿고 거듭난 자라 할지라도 세상 가운데 살면서 죄를 범하고, 유혹에 빠지고, 믿음이 흔들리게 됩니다. 그럴 때마다 신자는 예수님의 십자가를 의지하여 하나님 앞에 나아와 죄를 회개하게 되는데 이것이 발 씻음입니다. 주님께서 마지막 때 자신에게 속한 자들의 발을 씻어 주신 것은 세상 가운데 살아가면서 불가피하게 세상의 먼지와 떼가 묻을 수 밖에 없지만 주님께서 그 떼와 먼지를 씻어 주실 것임을 미리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행위입니다.
3. 주님께서는 함께 상에 둘러 앉았던 모든 제자들의 발을 씻어 주셨습니다. 열정적이고 헌신적인 베드로의 발을 씻겨 주신 것은 물론이고, 식탁에 앉아 밥을 먹기 시작하기 전부터 이미 마귀가 그 마음에 들어와 예수님을 팔고자 하는 생각을 심어 주었던 유다의 발까지도 주님께서는 씻어 주셨습니다. 유다의 모습은, 예수님을 믿고 따르는 제자라 할지라도, 우리들이 얼마나 쉽게 마귀의 계략에 의해 타락하고, 마귀의 도구로 전락하여, 주님을 배반할 수 있는 지를 보여주는 상징입니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자신을 배반하기로 마음 먹은 유다의 발조차 주님께서 사랑스럽게 씻어 주셨다는 사실입니다. 정말로 주님께서는 아버지께서 자기에게 주신 자는 단 한 사람도 잃고 싶어하지 않으시는 사랑의 주님이십니다. 그러기에 주님은 유다의 발을 씻어 주는 것을 통해 그에게 주님을 향한 사랑, 주님을 향한 헌신, 주님을 향한 마음을 되찾을 수 있는 기회를 주신 것입니다. 제자들을 향한 주님의 사랑은 헌신과 열정을 소유한 자나, 믿음이 연약하여 미혹되어 자신을 배반하는 자나, 모두 차별이 없이 한결 같았습니다.
4. 주님께서 “내가 주와 선생이 되어 너희 발을 씻엇으니 너희도 서로 발을 씻어 주는 것이 옳으니라. 내가 너희에게 행한 것 같이 너희도 행하게 하려 하여 본을 보였노라.” 말씀하심으로 서로 발을 씻어 주라고 제자들에게 부탁하셨습니다. 주님의 제자들에게 서로의 발을 씻어 주라고 말씀하신 것은, 제자들 사이의 관계, 즉 예수님을 주와 선생으로 고백하며 따르는 무리들 사이의 관계에 대한 가르침입니다. 제자들은 제자로서 다른 제자의 발을 씻어 주어야만 하는 자입니다. 사회의 문화적, 관습적 지위의 서열과 위계 질서를 파괴하는 혁명적인 행동으로 예수의 제자된 것을 공공연하게 증거하라는 말입니다. 뿐만 아니라 마음에 드는 자들만을 선별적으로 골라 발을 씻어 주는 것이 아니라, 공동체에 속할 수 없을 것처럼 보이는, 불편하고 힘들고 어려운 자라고 할지라도, 그가 주님의 제자이기 때문에 발을 씻어 주라 말씀하십니다.
5. 주님의 말씀은, 오늘 우리들에게도 주시는 권면이고 가르침입니다. 이곳에 모인 우리들은 예수님을 나의 주로 고백하는 제자들입니다. 우리는 한 주님을 믿음 가운데 고백하고 한 성령의 기름 부음을 통해 같은 구원을 받아 거듭난 새명들입니다. 사랑을 받은 자이기에 사랑을 나누라고 말씀하십니다. 겸손히, 그 사랑을 베푸신 이의 눈으로 이웃을 보면 됩니다. 나를 사랑한 주님께서는, 바로 내 옆에 있는 믿음의 동지 또한 나만큰 사랑하십니다. 나를 사랑하는 주님이 그도 사랑하기에 나에게 그를 사랑하고, 그를 사랑하기 위해 나를 낮추고, 기꺼이 그의 종이 되어 발을 씻어 주라고 말씀하십니다